⊙ 마음 가는 대로

가을 애상

참평화방문요양센터 2008. 11. 2. 10:37
 



    가을 애상(哀想)

    앙상한 가지마다 고운 사연 걸쳐 놓고 바람처럼 훨훨 떠나라 하시니 여름 내내 살찌운 사연들이 그리움 되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다 못해 눈물로 흠뻑 젖어 나뭇가지에 바동대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은 사랑도 미움도 모두 끊어버리고 잊으라 싶게 말하지만 벌거벗겨지는 허무와 속살이 환하게 드러내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본래의 ‘나’였던 ‘나’를 찾기 위해서는 찌든 껍질을 벗겨 내는 쓰라린 아픔쯤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라 하시기에 깊고 푸른 하늘을 오늘도 목을 길게 뺀 채 서성이고 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듯 죽어야 영원히 사는 것이며 식탁에 잔을 비워야 비운만큼 새 포도주로 채우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은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며 자연을 통하여 사람이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참 평화2008년 11월 2일 홍일표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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