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용서하세요
어떤 사내가 숲길을 가다가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여우는 한쪽 다리가 없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이었어요.
사내는 ‘대체 저 여우는 어떻게 먹고살까?’라는 생각으로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지요.
그런데 때마침 커다란 호랑이가 사냥한 먹이를 물고 와서는
자기가 먼저 먹고 여우의 몫을 남겨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다음날도 그런 광경은 똑같이 벌어졌지요.
이에 사내는‘여우는 바로 저런 식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사소한 곳까지 미치는 하느님의 권능에 다시 한 번
감탄사를 흘리면서 중얼거렸어요.
“맞아, 나 역시 하느님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하느님께서 저렇게 필요한 것까지 마련해주실 거야.”
그러고 나서 사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여러 날 동안
죽치고 앉아서 하느님께 기도만 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물론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굶주린 사내가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 무렵
문득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이러했습니다.
“거짓의 미로에서 헤매는 자여, 눈을 뜨고 참 진실을 보라!”
사내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네?”라고 반문만 했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여우 짓일랑 당장 때려치우고 호랑이를 본받으란 말이다!”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늘 쉬운 삶만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청해야 할 것은 쉬운 삶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청하고 있는 기도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늘 쉬운 삶만을 청하면서 하느님의 뜻과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또
우리가 지키기 힘든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지요.
그것은 바로 용서입니다.
사실 용서하기 보다는 더 큰 미움을 간직하는 것이 훨씬 쉬운 삶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쉬운 삶을 선택하면서
주님께 그 대상이 벌을 받을 수 있게끔 해달라고 감히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렇게 쉬운 삶을 선택하는 우리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려운 삶, 바로 사랑이라는 갑옷을 입고
강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할 때 원망을 품은 형제가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앞선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내에게 말씀하시듯이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이제 바보짓일랑 당장 때려치우고 나의 사랑을 본받으란 말이다!”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용서하세요.
<빠다킹 신부님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