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방울을 식혀주듯
당신도 나의 영혼에 기쁨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초월적 존재이십니다.
바람이 불어옴을 육으로 느끼고
손을 내밀면, 스쳐 지나감을
육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 안에 존재하시며
나의 희로애락을 주관하심을
언제나 느끼고 있으면서도
당신을 눈과 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다만 느낌으로만 듣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의심을 품을 때도 있습니다.
사랑은 입으로 다 표현할 수 없으며
물질적으로도 끝이 없다는 것을
당신께서 이미 가르쳐주셨기에
당신과의 관계도 그러함을 알고 있지만
땅거미가 내려앉은 도회지의 아스팔트를
혼자 거닐 때면, 가슴은 답답하다 못해
한숨으로 변하여 어느새 두 눈에는
이슬이 촉촉히 맺힘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후회와 혼돈, 그리고 심지어는
믿음에 대한 불신으로 혀가 날름거리고
오늘도 무거운 발길 어찌할 바 몰라서
말없이 하늘만 바라다보며 서성이고 있습니다.
하늘은 장맛비가 내릴 듯 온통
무겁게 느껴오고, 바람만 휭하니 부는데
당신은 오늘도 말없이 그저 손짓만 하고 있으니
어찌하란 말인가요?
나를 주관하시는 나의 주인님이시여!
부디 한 말씀만 하소서.
아직은 내 귀가 어두워 듣지 못한다면
꿈속에서라도 잠시 쉬었다 가시는
은총을 저에게도 허락하소서. 아멘.
2007년 6월 마지막일
홍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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