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쁨 감사 영광

혜화동에 가던 날

참평화방문요양센터 2007. 3. 3. 16:50
    혜화동에 가던 날 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었습니다. 정둘곳 하나 없는 도회지에도 하늘에서는 단비가 촉촉이 내리어 많은 식물을 싹틀 수 있도록 예비하셨습니다. 부산한 일과 중에서도 빗줄기를 바라다보며 저의 안에 더러움이 씻기고 욕심이 씻기기를 두 손 모아 간청했습니다. 찬비가 그치면 새봄을 예견하듯 우리네 힘든 인생살이도 오늘의 빗줄기로 어둠이 말끔히 씻기어 목마름이 해갈되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희망의 단비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도 해봅니다. 어제는 학교마다 새롭게 출발하는 입학식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애가 대학교 입학식 하는 날이었고 저 또한 교리 신학원에 입학식 하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은 하늘에서 종다리가 노래하고 봄의 화신과 함께 콧노래 흥겹게 부르며 입학식장을 향하고 싶었지만 하늘은 저의 생각과는 정반대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평상시대로 입고 출근하던 허름한 검정 양복에 구두는 물기가 눅눅이 배인 무거운 발걸음을 가지고 교정을 향하게 하였습니다. 세상 것의 욕심이 가득하여 오른손에는 하늘을 가리는 우산을 잡고 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비록 하늘에서 찬비가 내리고 비를 피하기 위하여 우산을 잡고 누추한 몸으로 교정에 들어갔지만, 2년 후에는 내가 아닌 내가 저의 몸에는 주인님께서 진리로 자유케함은 물론이요, 천상에서는 무지개 타고 천군 천사들이 아름다운 노래하며 성령의 단비가 내릴 것이며, 제가 숨 쉬고 있는 도회지에도 오늘보다는 한층 평화로운 강산으로 변화되리라 확신을 해봅니다. 저를 창조하신 주인이시여! 이 몸은 당신으로부터 왔기에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르침대로 행하기는 너무 부족합니다. 다만, 당신의 도구로 쓰임 받기만을 바라올 뿐입니다. 하오니 부족한 저를 허물 마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받아주옵소서. 그리고 고쳐주시고 더러움을 닦아주시어 당신의 마음이 저희 마음이요, 당신의 행함이 저희 행함이 되게 하소서. 그래서 "나"라는 존재는 죽어 없어지고 오직 "당신"만이 내 안에 살게 하옵소서. ♧ 교리신학원 신입생 홍일표 베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