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었다 가세요

개와 돼지의 역할

참평화방문요양센터 2021. 6. 5. 11:23

 

참평화

 

귀여운 아기 돼지가 어느 할머니의 집에서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개를 데리고 왔다.

그날부터 할머니는 개부터 쓰다듬어 주었고
잠만 자는 돼지도 여전히 귀여워했다.

그런데 뒤룩뒤룩 살찐 돼지는
개가 점점 못마땅했다.

'내가 이 집에서 더 오래 살았는데...‘
'할머니는 저 개를 더 예뻐하는 것 같아!'

'개한테는 맛있는 고기도 주는데
내 밥은 늘 먹다 남은 찌꺼기뿐이고...‘

돼지는 화가 나서 개에게 물었다.

‘이 몹쓸 개야! 넌 왜 갑자기 이 집에서 와서
할머니가 날 싫어하게 만들어!

그러자 개가 씩 웃으면서
‘너는 늘 빈둥빈둥 잠만 자고 먹기만 하니
할머니가 널 싫어하는 건 당연하지

돼지는 개에게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다.

난 깜깜한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집을 지키고
할머니한테 꼬리를 치며 예쁜 짓을 하니
나만 예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날 모두가 잠든 한 밤중에
돼지가 우리에서 뛰어 나와 큰소리로 꿀꿀대며
집을 지킨다고 소리를 질러대고

낮에도 우리에서 뛰어 나와 개처럼 꼬리를 치며
할머니한테 예쁜 짓을 했다.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부터 시작한다.

행복한 사람은 일의 방법을 찾지만
불행한 사람은 규정을 먼저 내세운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혼자 잘났다고 한다.

삶은 어쩌면 연극과 같을 수 있다.
맡은 배역에 따라
웃고 울며 병들고 죽는 역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는 운 좋게도 주인공을 맡고
누구는 엑스트라, 부자, 거지,

부자가 거지 역할을 할 수 없듯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할 때
삶의 연극은 아름답게 막을 내릴 수 있다.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십시오.”(1베드4,10)

2021년 6월 5일
홍일표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