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와 운동화
'얘야,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몰라요.'
아이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건 운동화 때문이었다.
아이는 일주일 전 체육 시간에 달리기하다가
낡은 운동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이만저만 창피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바로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언뜻 했지만
벌이도 신통하지 않은 요즘 아빠에게
그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한 주가 지나고 다시 야외에서 하는 체육 시간이
내일로 다가오자 아이는
그 찢어진 운동화를 신을 수도 없어
학교에 안 갈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얘야, 일어나야지. 학교 갈 때 밥 먹고 가거라.
도시락도 싸놓았으니 가져가고.......,.'
오늘따라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아이는 아빠가 밉기만 했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틀림없이 새 운동화를 사 주셨을 텐데,’
아이의 엄마는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다
지난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이곳 산동네에 이사 와서 살게 된 것이다.
아이가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인아빠가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하다가
시에서 주는 일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속상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훌쩍이던 아이는 울음을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메고 신발을 찾으려 문턱에 앉았다가
아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발장 위에는 하얀 바탕에 그림까지
그려진 운동화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새것이 아닌 걸 보니 어디서 주워온 듯싶었다.
몸도 불편한 아빠는 저 신발을 닦느라 무척 고생하셨을 것이다.
하얀 운동화를 집어 드는 아이의 눈에 조그만 쪽지가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발걸음으로 살 거라. '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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