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가는 대로
잃어버린 우산
참평화방문요양센터
2007. 6. 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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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우산
사슴은 목이 기다란 짐승이라서
슬픔에 잠겨 향수를 애달퍼 합니다.
그러나 검은 머리털을 갖은 짐승은
모가지가 길지도,
향기로운 관이 있음도 아닌데
외로움에 잠겨 애련에 물들 때가 많습니다.
이곳이 낯선 이방인의 터전이어서는 아니요,
나의 본향이 그리운 나라임을
이미 온몸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에
향수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때로는 본향을 망각하고
부질없는 감정에 마음을 빼앗겨
혼미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은 내가 젊었다는 순간의 기쁨도 있겠지만
그 뒤에는 유치함과 후회로 아픔의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 안에 영혼의 우산이 늘 함께 했었다면
소낙비는 물론 그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었을 텐데하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입술을 깨물게 합니다.
나는 아직도 주를 온몸과 마음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주를 향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하였습니다.
나의 형편을 다 아시고, 나를 자유케하시는,
나의 주인님이시여!
당신의 성혈로 나의 모든 죄악과 영혼을 씻기시어
당신의 성심에 잠들게 하소서.
그리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홍일표 베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