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었다 가세요 도토리와 떡갈나무 잎 참평화방문요양센터 2006. 10. 27. 11:55 도토리와 떡갈나무 잎 찬서리가 내리면 숲 속의 도토리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름 내내 단단하게 여물었던 도토리는 찬바람 결에 힘없이 떨어지고 추위에 떨게 됩니다. 도토리가 떡갈나무에서 떨어질 때의 아픔과 추위를 감싸주기 위해 떡갈 나뭇잎은 미리 예비하고 푸르던 나뭇잎은 자신을 불태워 형형색색으로 낙엽이 되어 땅에 엎드려 도토리를 기다립니다. 낙엽 위에 떨어진 도토리를 맨몸을 불살라 낙엽이 되어 감싸 주고 숨겨주는 낙엽의 헌신적인 사랑에도 아랑곳없이 들쥐와 다람쥐한테 먹이가 되고 또 어떤 도토리는 농부의 손에 이끌려 도토리묵이 되어 인간의 식탁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겨우내 많은 유혹과 고통을 참고 견디어낸 도토리는 자신을 죽이고 그 누구인가의 이끌림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의지할 때 단단하던 도토리는 썩어서 다시 새 생명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마지막까지도 낙엽은 썩어서 도토리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떡갈나무 잎의 희생정신을 조용히 생각했으면 합니다. 우리 인간 또한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가끔은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과의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식물에 지나지 않는 도토리도 여러 모양으로 운명이 바뀌거늘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우리 인간이야말로 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입니다. 내가 어디서 왔으며 그 누구와 무엇 때문에 관계를 맺고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쯤 뒤돌아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